업비트의 Giwa 체인 : 한국 크립토의 두 번째 기회
CEX들은 왜 체인을 만들까?
1. CEX — Chain의 역사
중앙화 거래소(CEX)가 블록체인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얼핏 역설적으로 들린다. CEX는 블록체인 덕분에 존재하면서도, 탈중앙화 생태계가 성장할수록 파이를 뺏기는 구조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관계를 단순한 경쟁 구도로 보는 건 실제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 2020년 DeFi Summer와 2021년 NFT 붐을 돌이켜보면, 온체인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점에 Coinbase와 Binance의 거래량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온체인 생태계가 커진다는 건 새로운 자산과 참여자가 크립토 시장 전체로 유입된다는 의미이고, 이 과정에서 CEX는 여전히 가장 큰 진입 채널 역할을 한다. 즉 CEX와 온체인은 경쟁 관계가 아닌 서로의 성장을 견인하는 공생 관계에 가깝다. CEX가 자체 체인을 런칭하는 시도는 이 공생 구조를 더욱 내재화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CEX들이 자체 체인을 런칭하는 시도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초는 Binance였다. 2017년 ERC-20 유틸리티 토큰으로 출발한 BNB는, 2019년 4월 Binance가 자체 메인넷인 Binance Chain을 런칭하면서 처음으로 CEX 발 체인의 역사가 시작됐다.
다만 초기 Binance Chain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지 않아 DeFi 생태계 구축에는 한계가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20년 9월 EVM 호환 Binance Smart Chain(BSC)을 별도로 런칭하며 본격적인 온체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CEX들이 이 행렬에 동참하며 현재에 이른다. 현재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플레이어들은 Coinbase의 Base, Binance의 BNB 체인이 이 카테고리를 이끌고 있으며, Bybit의 Mantle과 Kraken의 Ink 체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자체 체인을 런칭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걸까?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직접적 수익: 시퀀서 수익 (거래 수수료)
체인을 운영하는 주체가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크게 거래 수수료와 토큰 가격 부양이다. 대부분의 거래소들은 자체 체인을 L2로 운영하는데, 이는 토큰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L2의 기술적 특성과 단일 시퀀서로 수익을 독점할 수 있다는 점이 맞물린 결과다. 체인 생태계가 커지고 내부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수익도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현 단계에서 이 시퀀서 수익이 CEX 관점에서 얼마나 유의미한가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아직 미미한 수치다. 체인 운영에 들어가는 직간접적 비용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은 더 낮아진다. 더 긴 호흡으로 온체인 생태계가 성장한다면 의미 있는 수치까지 올라갈 수 있겠지만, 현 단계에서 수익성이 나오는 구조는 아니다.
간접적 수익
그럼에도 수많은 거래소들이 체인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직접 수익보다 오히려 더 유의미할 수 있는 간접적 이점 때문이다.
1. 자체 토큰 플레이를 통한 거래소 활성화
BNB 체인이 대표적이다. $BNB를 바이낸스에 스테이킹하면 거래소 사용 혜택을 받는 구조로, 신규 상장 토큰 배분이나 수수료 할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체인 성장 → 토큰 가격 부양 → 중앙 거래소 활성화라는 루프를 만들어낸다. 이미 유저를 확보하고 수익을 내는 CEX 입장에서 토큰의 역할 자체를 중앙화 거래소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2. 생태계 성장 → 신규 토큰 상장
거래소의 핵심 비즈니스는 거래량 이다. 토큰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과 무관하게 거래가 발생하고 수수료를 확보하는 것이 본업이다. 따라서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래량이 폭발적인 토큰이 꾸준히 나와줘야 한다. 다만 이는 항상 외부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이벤트였다.
자체 체인을 만들면 이를 내재화 할 수 있다. 생태계에서 성장하는 프로젝트를 인큐베이팅하고, 성공적으로 토큰을 런칭시켜 자사 CEX에 상장하거나 거래량을 터뜨릴 수 있는 이벤트의 장을 직접 만드는 식이다. 기존에는 외부 시장에 의존했던 부분을 자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온체인 수익화 전략
시퀀서 수익이 체인의 ‘통행세’라면, 온체인 생태계에는 그것보다 훨씬 큰 수익원이 존재한다. 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앱들이 부과하는 수수료다. 토큰 거래, Perp DEX 포지션, 대출 프로토콜 이자 — 온체인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은 그 자체로 수익 구조를 갖는다. 체인의 시퀀서 수익이 ‘인프라 수수료’라면, 앱 수수료는 그 위에 쌓이는 ‘서비스 수수료’다. 생태계가 커질수록 이 레이어의 규모도 함께 커진다.
온체인이 CEX보다 유리한 지점은 제품의 다양성이다. CEX는 규제 구조상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반면 온체인은 규제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지 않는 영역이 넓고, CEX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의 금융 상품을 실현할 수 있다. 이 차이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작동한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Hyperliquid는 2025년 한 해에만 약 $833M 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온체인 Perp DEX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CEX의 파생상품 거래량을 실질적으로 유의미하게 뺐어 올 수 있다는 신호였다. 실제로 이 흐름을 보고 다수의 체인들이 자체 Perp DEX를 직접 런칭하거나 앱들을 인큐베이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CEX 입장에서 이 수익 구조에 접근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직접 자체 앱을 운영해 수수료 수익을 가져가거나, 생태계 내 유망 프로젝트에 투자해 토큰 업사이드를 노리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온체인 생태계를 직접 소유하고 있어야 가능한 플레이다.
4. 알트코인 거래량 감소에 대한 선제적 대응
이 맥락에서 빠질 수 없는 구조적 배경이 있다. 현재 CEX들의 핵심 수익원인 알트코인 거래량이 중장기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CEX 스팟 거래량은 2분기 연속 감소했고, CryptoQuant 데이터에 따르면 CEX 내 알트코인/비트코인 거래량 비율은 2025년 초 3.5를 정점으로 하락해 2026년 초 기준 2.2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한 지난 13개월 동안 CEX 스팟에서 알트코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2,090억 달러에 달한다.
CEX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사이클적 조정이 아닌 더 구조적인 위협으로 읽힐 수 있다. 알트코인 거래량이 CEX의 메인 수익 퍼널 중 하나인 상황에서, 이 파이 자체가 줄어든다면 새로운 수익화 채널이 필요하다. 자체 체인을 통해 온체인 생태계를 직접 소유하는 것은 이에 대한 하나의 대응이다. 기존 CEX 수익 모델이 ‘외부 시장에서 발생하는 거래를 중개’하는 형태였다면, 체인을 통해 거래가 발생하는 생태계 자체를 내재화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종합하면, 체인의 직접 매출 자체는 큰 규모가 아니다. 거래소들이 체인에 진출하는 건 이를 통한 직간접적 이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이며, 궁극적으로는 온체인 시장이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이라는 베팅에 가깝다.
2. Good vs Bad Case
앞서 네 개 정도의 체인만 언급했지만, 사실 그동안 CEX의 온체인 진출 시도는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만 남긴 채 끝났다. 왜일까?
체인은 근본적으로 종교와 같다.
종교가 힘을 가지려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구심점이 필요하고, 그 구심점이 강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더 강해진다. 체인도 똑같다. ‘왜 이 체인이어야 하는가’라는 존재 이유가 명확해야 하고, 이에 공감하는 빌더와 유저가 그 위에 모여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체인을 런칭해도 아무도 오지 않거나 특정 인센티브가 끝나면 전부 떠나버린다. 인센티브만으로 체인을 운영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인센티브는 중심 가치가 있는 생태계를 더 빠르게 굴러가게 해주는 ‘추가 요소’일 뿐이다.
가장 명확한 예시가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이 추구하는 가치인 ‘World Computer’ 가 빌더들을 끌어들였고, 빌더들이 유용한 무언가를 만들었고, 그 결과 거래량과 자산이 쌓였다. 순서가 중요하다.
누군가는 솔라나, 하이퍼리퀴드, 이더리움에 DeFi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유동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동성은 각 생태계가 추구하는 가치에서 비롯된 부산물일 뿐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지표가 인센티브의 결과물인지, 아니면 그 생태계가 가진 핵심 가치 때문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이게 블록체인에서 더 중요한 이유는, 참여자가 이동하는 데 드는 전환 비용이 블록체인의 개방형 특성상 매우 낮기 때문이다. 월렛과 브릿지만 있으면 어느 체인으로든 즉시 이동할 수 있다. 참여자를 붙잡아두려면 중심 가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기업형 체인도 피할 수 없는 딜레마다. 체인을 런칭하는 순간 수많은 체인들과 같은 선상에서 ‘왜 내 자산이’, ‘왜 내가 여기서’, ‘왜 내가 여기에 빌딩해야 하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CEX가 체인을 런칭하고 실패한 케이스들은 대부분 이 논제가 전무했던 경우다. 메인 거래소의 유저, 자산, 브랜드를 기반으로 체인을 런칭했지만 온체인 활동을 전혀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졌다.
결국 CEX 유저와 온체인 유저의 페르소나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큰 CEX라도 온체인 시장에서 가질 수 있는 이점은 그것만으로는 제한적이다.
반면 성공했거나 그 과정에 있는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공통된 패턴이 보인다 — Base, BNB, Mantle 와 같은 체인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CEX 체인들이 놓쳤던 두 가지를 정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1. 체인이 가지는 방향성에 대한 명확한 설정
Base 체인은 2023년 메인넷 출시 당시부터 단순한 Coinbase의 체인이 아니라 ‘온체인 세상으로 10억 명을 끌어들이겠다’는 명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 메시지가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건 Coinbase의 창업 스토리 및 미국 최대 규제 준수 거래소가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기관과 일반 유저 모두에게 ‘안전하게 온체인에 입문할 수 있는 곳’이라는 신뢰를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초기에 상당한 빌더들이 유입됐고, 그 과정에서 Farcaster(온체인 소셜), Aerodrome(DEX), Virtuals Protocol(AI 에이전트) 같은 생태계 트래픽의 기폭제 역할을 한 앱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한 단계씩 도약했다.
특히 Virtuals가 AI 에이전트 토큰 트렌드의 진원지가 되면서 Base는 단순한 L2를 넘어 ‘온체인 AI의 근거지’라는 새로운 정체성까지 얻었다. 물론 ‘Base for Everyone’이라는 기조와 실제 생태계의 괴리가 호불호를 갈리게 한 부분도 있었지만, 명확한 정체성 구축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핵심 동력이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BNB 체인의 핵심은 ‘돈’이다. 철학이나 비전보다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이 생태계를 움직이는 중심축이다. $BNB를 보유하면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수수료 할인과 신규 토큰 선배정 혜택을 받는 구조, 중화권 밈코인 생태계, 그리고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는 자금 흐름까지 — 생태계의 모든 요소가 ‘수익’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정렬돼 있다.
이 방향성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2025년에는 Binance Alpha가 DEX 거래를 PancakeSwap으로 직접 라우팅하는 구조를 도입하면서 BNB 체인 DEX 거래량이 이더리움과 솔라나를 합친 수치를 넘어서는 시점도 있었다.
동시에 YZi Labs(구 Binance Labs)가 10억 달러 빌더 펀드를 통해 DeFi, AI, RWA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며 생태계를 내부에서 키우고 있고, ‘CEX의 속도와 편의성을 온체인에 구현한다’는 지향점 아래, 블록 타임 0.75초·수수료 대폭 인하·2026년 100만 TPS 로드맵으로 기술 인프라도 뒷받침하고 있다. 방향이 흔들리지 않으니 그 위에 쌓이는 것들도 일관성을 갖게 된다.
Mantle은 2025년 8월 ‘Bybit Era Begins’를 공식 선언하며 방향성을 완전히 굳혔다. 단순히 Bybit이 Mantle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Bybit의 전체 비즈니스와 Mantle 생태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MNT는 Bybit 스팟 거래 수수료 할인, 기관 트레이딩 데스크 담보, VIP 프로그램 혜택까지 편입됐고, 2025년 11월에는 Backed와 협력해 NVDA·AAPL·MSTR 등 미국 주식을 토큰화한 xStocks를 Mantle 위에 올렸다.
여기에 UR(크립토 네오뱅크), MI4(기관 인덱스 펀드, AUM 1,730억 원 규모), Tokenization-as-a-Service 플랫폼까지 더해지며 Mantle의 정체성은 하나로 수렴됐다 — 기관과 전통 금융을 온체인으로 연결하는 ‘RWA 유통 레이어.’
핵심 베팅은 Bybit의 7,000만 유저를 온체인 DeFi로 끌어들이는 ‘CeDeFi 플라이휠’이다. CEX 유저가 이자 수익을 위해 온체인에 자산을 예치하고, 그 자산이 DeFi 생태계의 유동성이 되고, 생태계가 커지면 더 많은 유저가 유입되는 구조다. Mantle이 단순한 L2가 아니라 Bybit의 온체인 사업부로 기능하게 된 이유다.
세 체인이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졌음에도 공통적으로 작동한 두 번째 원리가 있다. 각자가 기반으로 한 지역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레버리지했다는 점이다.
2. 지역 지배력의 활용
CEX들이 가지는 큰 특색 중 하나는 지리적 배경이다. CEX는 규제와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기에, 특정 국가의 정부, 사회, 문화와 교류하며 성장한다. 그리고 그 지역의 유저들이 가장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자리잡는다.
Coinbase는 미국, Binance는 중국, Bybit은 싱가포르 및 중화권이 그 배경이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인프라이고 국가적 제한이 없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체인이 존재 이유를 가지고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때 CEX가 가진 지역 지배력은 가장 효과적인 레버리지다. 이미 그 지역 내에 존재감이 있고, 함께할 빌더를 소싱하기도 가장 용이하다.
*실제로 각 CEX 체인 위 빌더들의 출신을 보면, 해당 CEX가 기반으로 한 국가·지역 빌더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성향이 만들어내는 선순환이다. 한 지역의 대표 CEX라도, 그 자체로 온체인 세상에 직접 기여하지는 않는다. CEX는 어디까지나 웹2 회사다.
다만 CEX가 자체 체인을 런칭해 온체인 인프라를 깔게 되면, 이는 그 지역의 빌더와 파트너들에게 엄청난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직접 투자든, 전략 자문이든, 네트워크 연결이든 기존에는 얻기 힘들었던 리소스들을 CEX 체인을 통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잘 작동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소위 말하는 Cabal 이 탄생한다. Coinbase의 지원으로 Base에서 메가 앱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의 토큰은 높은 밸류에이션과 거래량을 만들어내고, 이는 Coinbase의 거래량을 높인다
앱을 만든 빌더들 또한 그들만의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갖게 된다
그들은 같은 지역의 다른 빌더들을 지원하기 시작한다
지역 내에서 빌딩하고 성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다
이 과정을 거치며 강한 연대감을 가진 집단, 흔히 말하는 Cabal이 탄생한다. 이는 대개 국적 또는 인종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특정 체인에서 성공한 빌더가 그 체인의 국적·인종 배경이 아니어서 Cabal에 들어가지 못하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3. Giwa 체인 by 업비트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으로 연결된다 — 한국에는 이 공식이 적용될 수 있는 거래소가 있는가? 그 질문의 답이 업비트의 Giwa 체인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현재 한국 크립토 시장이 어떤 상황인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크립토 시장은 토큰 거래 수요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가지는 강점이 거의 없다. 해외 프로젝트들이 한국에 마케팅 비용을 쓰고 한국 담당자를 채용하는 목적 자체가 토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사업적 플레이가 극히 제한적이고, 빌더 및 크립토 스타트업의 수와 성장세는 점점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 하락장마다 한국 담당자들이 가장 먼저 정리되는 패턴이 반복되는 건 이유가 있다.
왜 한국에서는 빌더와 크립토 스타트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걸까? 가장 직관적인 이유는 글로벌 크립토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점에서 한국 기반 크립토 스타트업이 글로벌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선례’가 없기 때문이다. VC 입장에서도 한국 팀에 투자해서 성공한 선례가 있어야 다음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데, 그 투자를 받은 케이스 자체가 적고 거의 찾아볼 수 가 없다. 어렵게 VC 투자를 받더라도 그 이후도 쉽지 않다. 글로벌 크립토 시장에 ‘한국팀의 편’이 없다. 즉 한국 Cabal이 없다. 혼자 모든 걸 헤쳐나가야 한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비교해보면 실감이 온다. 아시아만 해도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 쪽은 그들만의 Cabal과 네트워크가 이미 존재한다. 유럽·미국으로 가면 더 견고하다. 그 안에서 순수하게 제품과 밸류만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비즈니스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빌더 개인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가 적고, 글로벌 팀에 직접 들어가려면 이미 구축된 아시아권 Cabal을 뚫어야 한다. 글로벌 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국 크립토 빌더를 찾기 어려운 것도 그래서다.
Giwa 체인 = 한국 크립토 시장의 새 기회
Giwa 체인의 성공은 현재 ‘리테일 거래량’이 유일한 강점인 한국 크립토 시장이 한 단계 더 확장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예시지만, Terra 생태계를 떠올려보자. 결과가 어떻게 됐든 Terra는 한국 베이스 팀이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한국 팀들이 빌딩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체인의 지역적 특색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다. Terra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위의 팀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더 좋은 인재들이 유입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만약 Terra가 구조적 취약점으로 무너지지 않았다면, 준비 중이던 많은 한국 팀들의 프로덕트가 런칭되고 한국판 Cabal이 탄생했을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 세계선은 지금 ‘거래량만이 강점’인 한국 크립토 시장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Giwa 체인이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글로벌 레벨에서도 가장 큰 국내 거래소가 만든 체인이기에, 자본력과 네트워크 측면에서 국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국내의 다른 플레이어가 Base, Mantle, BNB와 경쟁하는 체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림은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결국 글로벌 레벨에서 주목을 받고 트랙션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하는 싸움인데, 그 관점에서 업비트만큼 크립토 시장 전반에서 주목받는 국내 플레이어는 없다.
Giwa 체인이 글로벌 체인을 목표로 하더라도, 초반에는 국내 빌더들을 기반으로 ‘홈 그라운드’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빌더 입장에서 기존에는 여기저기 체인을 돌아다니며 어필하고 Cabal을 뚫어야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Giwa 체인에 한국 빌더들이 합류해 빌딩하며 생태계를 성장시킨다
자산과 참여자가 확보되고, 글로벌 빌더들에게도 매력적인 생태계가 된다
한국 빌더들이 글로벌 수준의 성과를 내고, 이것이 국내 크립토 시장 전체를 확장하는 기반이 된다
이 시나리오는 장기적으로는 업비트의 메인 비즈니스인 CEX에도 긍정적이다. 자체 생태계를 보유함으로써 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들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가능성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Giwa 체인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4. Giwa 체인은 어떤 체인이 될려고 하는가
앞서 살펴본 성공 케이스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였다 — 체인의 명확한 방향성, 그리고 지역 지배력의 활용. 이 프레임으로 Giwa를 보면 흥미로운 그림이 나온다. 두 번째 조건, 즉 지역 지배력은 Giwa가 국내 어떤 플레이어보다 압도적으로 갖추고 있다. 업비트가 한국 크립토 시장에서 갖는 위상은 Coinbase의 미국, Binance의 중화권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문제는 첫 번째 조건이다. ‘왜 Giwa 체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은 아직 시장이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가 Giwa 체인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숙제다. 다만 출발점에서 가질 수 있는 강점들은 이미 꽤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유동성 / 유저
업비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은 탑 CEX로서 확보한 압도적인 거래량과 자산 규모다. 이미 거래소 내 자산 규모가 조 단위이며, 거래량은 수백조에 달하는 수준으로 전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는 모든 체인이 공통적으로 마주치는 ‘초기 유동성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레버리지다.
Giwa Wallet이 CEX 유저들을 온체인으로 연결하는 진입 채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CEX 유저가 온체인으로 이동하기 위한 UX는 극악에 가까웠다. Giwa Wallet은 이미 업비트에 자산이 있는 사람이라면 별도 허들 없이 온체인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때 유저들에게 ‘온체인 네이티브’와 같은 경험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추가 수익을 위한 예치나 더 높은 업사이드 옵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온체인 자금 유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온체인 유저들에게 스테이킹 수익이 미미하게 느껴지더라도, 일반 CEX 유저들 입장에서 DeFi 이자는 시중 금리 상품들과 비교할 때 여전히 매우 매력적이다.
한국 CEX 유저들의 행태는 글로벌 평균과 확연히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김치 프리미엄’이다. 동일한 토큰이 한국 거래소에서 글로벌 시세 대비 역사적으로 최대 50% 이상에 달한 적도 있으며, 2021년 강세장에서도 20%를 넘어섰던 이 현상은, 단순히 ‘더 비싸게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진입하려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는 신호다.
거래량 관점에서도 한국은 이례적이다. 인구 5천만의 나라가 글로벌 크립토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국가 규모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업비트 단일 거래소의 일일 거래량이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전체를 넘어선 날도 있었으며, 특정 알트코인 장세에서는 전 세계 거래량의 20~3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 유저들은 높은 리스크와 변동성을 기꺼이 감수하는 적극적인 트레이더에 가깝다. 즉 온체인에서 더 높은 업사이드를 제공하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이 유저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해외 CEX 유저들에 비해 훨씬 높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온체인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순수 신규 유저 확보’다. 기존 크립토 유저들은 이미 각자 익숙한 체인이 있고, 이들을 다른 체인으로 전환시키는 데는 상당한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체인들이 기존 온체인 유저들을 놓고 제로섬 싸움을 하는 구조다.
업비트가 보유한 수백만 유저 중 상당수는 아직 한 번도 온체인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존 체인 유저들과 달리 전환 비용이 없다. Giwa라는 익숙한 브랜드 위에서 첫 온체인 경험을 시작할 수 있고, 이미 거래소에 자산이 있으니 온체인 진입을 위한 별도 과정도 필요 없다.
이는 ‘기존 온체인 파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온체인 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에 해당한다. 이 차이가 Giwa의 유저 레버리지를 단순한 규모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차별점으로 만든다.
국내 TradFi & 스테이블코인 온보딩
유동성과 유저 기반이 첫 번째 강점이라면, 두 번째는 지금 막 열리기 시작한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이다.
국내에서도 기관 및 상장사에 대한 크립토 규제가 조금씩 진전을 보이고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지속적으로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초기 단계임은 분명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며, 기관들의 크립토 참여 방식도 탐색 단계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를 제한적으로 선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기관들의 접근은 Tokenized Stock·RWA 쪽이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결국 핵심 질문은 ‘어떤 체인에 어떻게 올라가느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 체인에 메인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정부 주도로 시작되는 이니셔티브를 해외 재단이나 회사가 엮인 곳으로 넘겨주지 않을 거다. 나중에 확장되더라도, 초기 컨트롤과 유통 자체는 국내에서 가져가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관들의 RWA 접근 방식도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내수 시장에 수요가 있는 자산들을 온체인에 올릴 때, 해외 체인에서 시작해 패권을 내주기보다는 국내에서 먼저 올리고 해외 수요를 신규로 가져오는 방향이 더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국내 기관과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인 선택지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는 자체 체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프라이빗 체인이든 기존 체인 스택을 활용하든, 이 방향의 동기는 ‘온전한 소유권’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든 RWA든, 결국 이를 어떤 장부에 기록하고 검증하는지가 체인의 역할이며 이 레이어를 직접 소유하려는 니즈는 자연스럽다.
다만 자체 체인이 국내 환경에 얼마나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든 RWA든, 체인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토큰화’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이다. 공급만으로는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다. 본질은 체인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자체 체인은 이 수요 창출에 오히려 병목이 될 수 있다. 체인 구축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 금전적 비용을 넘어 인프라 설계, 운영, 유저, 유동성 유치 전략까지 포함되며 이는 엄청난 리소스 소모다. 오히려 이미 수요를 만들어내기 좋은 곳에 공급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번째 옵션은 이미 존재하는 국내 기반 체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정을 보면 국내 기반 체인이 사실상 없다. 있더라도 자산도 유저도 없는 상태다.
Giwa 체인은 이 관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며 유일한 옵션이 될 수 있다.
업비트는 국내에서 규제 당국과 가장 긴 협력 관계를 가진 크립토 플레이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RWA는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영역이라 ‘누가 운영하는 체인인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규제적 신뢰성은 신생 체인이나 해외 체인이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최근 네이버가 업비트를 인수했다. 네이버는 단순 IT 파트너가 아니다. 네이버페이의 연간 결제 규모는 2025년 기준 86조원을 넘어서며, 네이버파이낸셜이라는 금융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사용처로 네이버페이 연동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단순 온체인 실험이 아닌 실물 소비 경제와의 직접 연결이다
업비트는 이미 크립토 내 글로벌 브랜드이며, 이들이 만드는 체인은 과거 국내 기업 케이스들과 달리 시장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전통 기업 ↔ 온체인 프로덕트의 시너지
스테이블코인과 TradFi가 공급 측면의 강점이라면, 세 번째는 그 공급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한 수요 생성 능력이다.
결국 전통 기업이 무언가를 온체인으로 가져왔을 때 핵심은 그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전통 기업이 크립토에 참전했다가 실패한 케이스들을 보면 두 가지로 수렴된다.
크립토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접근
그렇기에 이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함
원화 스테이블코인·RWA도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공급 주체는 있지만 수요 쪽이 불분명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의미를 가진 건 ‘달러’였기 때문이다. 포켓몬 카드가 온체인에 올라왔을 때 수요가 있었던 건 ‘포켓몬’이었기 때문이다. 수요 주체가 명확했다.
더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국내 전통 기업들이 수요 창출에 실패한 이유는 단순히 기획 부재가 아니었다. 수요 주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통 채널’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RWA 상품을 만들어도 그걸 누가 사고 쓸 것인지의 문제가 미해결로 남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올라가도 이를 활용할 온체인 DeFi 생태계가 없고, 토큰화된 주식이 올라가도 이를 담보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었다. 공급은 만들었지만 수요가 닿을 수 있는 배관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Giwa 체인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유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플레이어다. 수백만의 업비트 유저라는 소비층이 이미 존재하고, 네이버 라는 실물 경제 접점이 있으며, 체인 위에 DeFi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며, 이미 존재하는 온체인 유저 / 유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공급(기업의 온체인 진출)과 수요(실제 사용자)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체인은 국내에서 현재 없다.
온체인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거나
글로벌적으로 수요가 존재하지만 접근이 막혀 있던 자산이거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생긴다면 이를 활용할 공간이 있어야 한다. 전용 DeFi, 원화 페어 기반 FX 마켓, 이자율 선물 등 수요를 만드는 프로덕트가 그 위에 올라와야 한다. 이때 시장은 더 높은 업사이드를 찾는 기존 업비트 유저이거나, KRW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품에 투자 접점을 원하는 해외 수요가 된다.
토큰화된 주식 및 기타 자산도 마찬가지다. 일반 유저들이 접근하기 어려웠거나 해외인들이 접근할 수 없었던 자산들이 온체인에 올라오면,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 플랫폼이 존재해야 그 활용성이 극대화된다. Giwa 체인은 이 자산들에 대한 국내·글로벌 유저 수요를 흡수하기 가장 좋은 유통 채널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잇는 교두보
앞의 세 강점이 국내 시장 내의 이야기라면, 네 번째는 Giwa 체인이 가질 수 있는 글로벌 포지션에 관한 것이다.
글로벌 크립토 팀들이 한국 시장 진입에 반복적으로 실패해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한국 크립토 시장의 핵심은 CEX 거래량이고, CEX 상장 말고는 한국 리테일 유저에게 닿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수많은 해외 프로젝트들이 KOL 마케팅비와 한국 담당자 연봉을 쓰고도 대부분 큰 성과를 가져가지 못 했던 이유다.
둘째, 진입 비용 대비 ROI가 불분명하다. 리테일 거래량은 있지만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 즉 빌더·기관·생태계가 없으니 일회성 트레이더 유입 외에는 남는 게 없었다.
Giwa 체인은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빌더와 프로젝트 입장에서 Giwa 체인은 처음으로 ‘업비트 / 한국 유저와 유동성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된다. 리테일 트레이더뿐 아니라 한국 기관 자금, 네이버 파트너십, 원화 스테이블코인까지 — 기존에는 분절되어 있던 한국 크립토 생태계 전체와 연결되는 관문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 방향도 마찬가지다. 한국 빌더 입장에서 Giwa 체인은 글로벌 자금과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첫 번째 레버리지가 된다. 지금까지 한국 팀이 글로벌 무대에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홈 그라운드’가 없었다. Giwa 체인 위에서 성과를 내는 것 자체가 글로벌 VC와 파트너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되는 구조다.
BNB가 중화권에 특정된 생태계라면, Mantle은 아시아권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기관 RWA를 중심으로 서양 자본을 유입시키는 방향을 택했다. Giwa 체인이 노릴 수 있는 포지션은 이 둘과 다르다. 한국이라는 시장은 아직 한 번도 글로벌 크립토 생태계에 ‘사업적으로’ 열린 적이 없다. Giwa 체인은 그 문을 처음으로 의미 있게 여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걸림돌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이상적인 시나리오만 이야기했으니, 현실적으로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지점들도 짚어보자. 강점이 클수록 잠재적인 리스크도 함께 봐야 한다.
규제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규제 자체가 ‘악’은 아니다. 오히려 규제는 명확한 선을 그어준다. 가장 나쁜 규제는 ‘회색 지대’를 양산하는 규제다. 무언가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게 될까 안 될까’, ‘우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뭘까’를 고민하는 건 엄청난 리소스 낭비이고, 실제로 많은 팀들이 이 때문에 피봇하거나 실패한다.
현재 한국 크립토 시장은 이런 환경에 준비되지 않은 과잉 규제까지 더해져 빌딩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CEX에 적용되는 규제는 더 무겁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1위 CEX가 자체 체인을 만들었을 때 적용되는 규제의 범위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Giwa 체인 위에 예측 시장을 올릴 수 있을까? Perp는? 스테이킹 프로토콜은? FX 마켓은? 온체인화된 주식은? 다른 체인들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들이 국내에서는 다를 수 있다.
Giwa 체인은 엄연한 블록체인이지만 업비트가 만든 체인이기도 하다. 체인이 개방형 인프라의 성격을 띠더라도, 그 위의 생태계가 ‘규제’의 범위에 들어와 제한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이 Giwa 체인이 할 수 있는 플레이와 성장할 수 있는 천장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체인의 핵심 가치 및 방향성
앞서 성공한 체인들의 공통점으로 ‘명확한 핵심 가치 및 방향성’ 을 짚었다.
업비트는 지금까지 철저하게 CEX 회사로 성장했다. UX, 거래 인프라, 안정적인 운영 — 이 관점에서 업비트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체인 생태계를 만드는 건 이와 결이 다른 작업이다. 기술적으로 잘 만든 체인이 아니라, ‘왜 이 체인이어야 하는가’라는 이유를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빌더들과 유저를 설득하는 일이다.
Base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Coinbase가 기술팀 외에도 Brian Amstrong과 Jesse Pollak이라는 인물을 체인 빌딩의 전면에 세우고 외부 개발자 커뮤니티와 직접 소통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BNB도 마찬가지다 — 생태계 방향성을 정의하고 빌더를 설득하는 역할이 제품 개발과 별개로 존재한다.
Giwa 체인이 단순히 ‘제품적으로 잘 만들어진 L2’에 집중하고 포지셔닝되는 순간, 그 위에 빌딩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많은 CEX 체인들이 마주했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하다.
인재 채용 싸움
한국 기반의 팀이 가장 크게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다. 체인을 만드는 건 결국 인재 싸움이다. 파운더가 아무리 강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도 이를 함께 확장하고 실행해줄 팀이 필요하다.
한국 크립토 시장은 싸움에서 구조적으로 밀려왔다. 인재 채용은 인센티브의 싸움인데, 금전적 인센티브뿐 아니라 커리어와 자아 실현 관점의 인센티브도 중요하다. 한국 팀은 이 게임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에 크립토 인재 자체가 제한적이고, 해외 팀과의 연봉 경쟁에서 밀린다
연봉 외 커리어·자아 실현 관점의 인센티브를 주기도 어렵다. 한국 팀에서 이를 충족시켜준 전례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개발 직군은 그나마 격차가 적지만, 비개발 사이드(BD, 마케팅, 전략)에서는 격차가 훨씬 크다. 그리고 체인을 만드는 데는 비개발 인력의 중요도가 극히 높다. 앞서 언급했듯이 종교를 빌딩하는 것과 유사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Giwa 체인은 글로벌 체인들과의 인재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대부분의 CEX 체인이 핵심 멤버를 자국 출신으로 구성하는 패턴을 감안하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한국 빌더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
다만 어느 한국 팀이든 해외 팀에서 가서 일할 능력이 있는 한국인 팀원을 확보하는건, 정말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인센티브의 부재
대부분의 체인들은 시장의 주목을 확보하고 초기 자산과 참여자를 유치하기 위해 토큰이라는 인센티브를 활용한다. 업비트의 Giwa 체인이 자체 토큰을 발행하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렵고, 이는 곧 다른 체인들이 토큰으로 인센티브를 퍼붓는 동안 Giwa 체인은 맨몸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업비트의 체급 자체가 다른 체인들과 다르다. 다만 그 체급으로 토큰 인센티브의 부재를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Base가 토큰 없이 잘 해온 선례가 있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Coinbase가 공식적으로 $BASE 발행 계획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초기 Base로 유입된 자산과 참여자 중 상당 부분은 ‘혹시나’라는 에어드랍 기대감을 베팅한 결과였다. 특정 NFT 파밍, 포인트 프로그램에 몰린 유저들의 행태가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즉 Base는 ‘토큰 없이 성공한’ 케이스가 아니라, ‘토큰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전제 위에서도 기대감이 작동한’ 케이스에 가깝다. 게다가 Brian Armstrong과 Jesse를 비롯한 주요 피규어들이 Base 생태계의 존재 이유를 지속적이고 강하게 마케팅했던 점도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인센티브 없는 Giwa 체인이 어떤 고유한 강점으로 경쟁할 수 있는지가 결국 이 체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질문이다.
마치며
Terra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생태계가 절정에 달했을 때의 국내 분위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한국 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해외 VC들이 한국 빌더들에게 처음으로 진지하게 손을 내밀던 시기였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그 짧은 기간에 ‘한국 크립토 생태계가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만큼은 실재했다. Terra는 설계 결함으로 무너졌지만, 그 가능성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후로도 수많은 국내 기반 체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가능성이 증명된 자리를 채운 것이 없었다는 뜻이다.
Giwa 체인은 그 자리에 들어올 수 있는 현실적인 첫 번째이자 어찌보면 유일한 후보다. 글로벌 탑 레벨의 CEX, 수백만 명의 실제 유저,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 네이버라는 파트너십 이미 실체가 존재하는 강점들이 있다.
이 기반 위에서 Giwa 체인이 과거의 국내 베이스 체인들과 달리 성공할 수 있다면 한국 크립토 시장이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 거래량과 리테일을 위해 찾는 시장이 아니라, 무언가를 빌딩하고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찾는 시장으로 말이다.








